그럼에도 이 블로그가 여기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거창한 목표나 동기가 아니라 단 하나의 기준 덕분이었습니다.
1. 예전의 나는 글도 ‘잘 써야 한다’고 생각했다
처음에는 글도 루틴처럼 관리하려 했습니다. 일정한 분량, 일정한 빈도,
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스스로에게 요구했습니다. 그 기준이 지켜질 때는 괜찮았지만, 지켜지지 않는 날에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부담이 되었습니다. 어느 순간부터 글을 안 쓰는 날이 늘어났고, 안 쓰는 날이 쌓일수록 다시 시작하는 게 더 어려워졌습니다. 지금 와서 보면 글을 못 쓴 게 아니라 기준이 너무 높았던 겁니다.
2. 이 블로그를 멈출 뻔했던 순간
번아웃 이후, 모든 걸 줄이고 기준만 남겼을 때 이 블로그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.
“이걸 계속 써야 하나?”
“지금 상태에서 굳이 글까지 써야 할까?”
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. 그때 저는 이 블로그에 대해서도
같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.
“이걸 안 쓰면, 내일이 더 힘들어질까?”
이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걸 정리해주었습니다.
3. 내가 정한 단 하나의 기준
그래서 이 블로그에 대해 단 하나의 기준을 세웠습니다.
“이 글은 오늘의 나를 더 소모시키지 않는가.”
이 기준 하나만 통과하면 글은 써도 되고, 통과하지 못하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고 정했습니다. 조회수도, 반응도, 완성도도 이 기준 뒤에 두었습니다.
4. 기준이 생기자 글쓰기가 달라졌다
이 기준을 적용한 이후로 글쓰기는 훨씬 가벼워졌습니다. 잘 정리된 글이 아니어도 괜찮았고,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.
대신 그날의 상태에서 솔직하게 남길 수 있는 기록을 썼습니다. 이상하게도 그렇게 쓴 글들이 오히려 더 오래 남았습니다.
5. 이 기준이 블로그를 계속 움직이게 했다
글을 계속 쓸 수 있었던 건 의지가 강해서가 아닙니다. 그만두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입니다. 못 쓴 날이 있어도 실패로 기록되지 않았고, 다시 돌아오는 데 별다른 결심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.
이 기준은 블로그뿐 아니라 제 일상 전반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.
6. 지금의 나는 이렇게 글을 정의한다
지금의 저는 이 블로그의 글을 이렇게 정의합니다.
“오늘의 나를 지키기 위해 남긴 최소한의 기록.”
그래서 이 블로그에는 성공담보다 망설임이 많고, 방법론보다 기준 이야기가 많습니다. 이 방향이 빠르지는 않겠지만, 오래 갈 수는 있다고 믿습니다.
7. 마무리 – 이 블로그가 계속될 수 있는 이유
이 블로그를 계속 쓰게 만든 건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라 더 망치지 않고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. 그래서 오늘도 이 기준을 다시 확인합니다.
“이 글은 지금의 나를 함부로 다루고 있지는 않은가.”
이 질문에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면, 오늘의 글은 충분합니다. 아마 이 블로그는 이런 식으로 조용히, 느리게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.